포스테키안

2024 181호 / HELLO NOBEL

2024-04-30 122

[2023 노벨 물리학상 이야기]

아직 가보지 못한 자연의 영역 속으로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이 아토초 펄스의 발생 원리 규명과 그 구현에 기여한 과학자에게 주어졌다. 이 글을 통해서 아토초 과학 기술의 의미와 그 시대적 배경을 공유하고, 단일 아토초 펄스 발생 원리와 이를 활용한 거시세계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양자 현상인 전자 터널링의 실시간 관측을 설명하고자 한다. 독자가 새로운 과학의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음을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새로운 과학의 패러다임: 전자 조작의 시대

전자와 빛의 공생 관계는 생명 현상을 비롯한 삼라만상의 기본이 된다. 지구의 여러 생명 현상을 가능케 하는, 태양 에너지를 공급하는 빛은 전자의 미시적인 움직임으로 발생한다. 전자는 이런 빛을 흡수해 생물학적 에너지(광합성)나 주위를 감지할 수 있게 해 주는 생물학적 신호로 전환한다. 전자는 분자의 생성, 소멸, 변형 및 생물학적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원자, 분자 내에서 전자와 관련된 양자 현상을 이해하고 조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림 1. 극고속 현상 측정 분해능 변천사.
(출처: Rev. of Mod. Phys. 81, 163 (2009))

전자 운동의 실시간 조작 및 제어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있었으며, 1960년대 레이저가 개발되면서 실현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그림 1]이 보여주듯이 1960년에 레이저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나노초(10-9s)보다 더 짧은 순간에 진행되는 현상들을 제대로 관측하지 못했다. 레이저 개발과 더불어 광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더 빠른 현상을 관측할 수 있게 되었고, 아토초(10-18s) 시간대에 일어나는 전자 극고속 현상의 실시간 관측은 수 주기 레이저(Few-Cycle Femtosecond Laser)기술이 개발된 후인 200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수 주기 광파(Few-Cycle Light Wave)를 제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전자에 가하는 힘을 아토초 시간대에서 조작할 수 있게 되었고 단일 아토초 펄스를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아토초 펄스 발생과 그 관련 물리 현상의 기본 이해를 제공한 P. Agostini, F Krausz, A. L’Huillier 교수에게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이 주어지게 되었다[그림 2].

그림 2. 202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아토초 광 펄스 발생 원리 이해 및 구현
왼쪽부터 Pierre Agostini, Ferenc Krausz, Anne L’Huillier(출처: 오하이오주립대,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공, BBVA 재단)

이제 인류는 아토초 시간대 현상을 관측할 수 있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되었다. 예를 들어 어떤 화학 반응은 쉽게 일어나는데, 다른 반응은 왜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 이런 탐구로 인해 우리는 자연을 새로운 차원에서 이해하게 되고, 한 차원 높은 수준에서 자연을 통제하고 조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자연 속에만 존재했던 빛과 전자의 공존이 기술로까지 확장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아직 가보지 못한 자연의 영역 속으로의 새로운 과학 패러다임이 열리는 것이며, 이것이 그들에게 노벨상이 주어진 이유이다.

 

어떻게 아토초 광펄스를 발생시키는가?

수 테라와트(TW), 수십 펨토초(10-15s) 레이저 펄스를 헬륨, 아르곤 등 불활성 기체에 1014 W/cm2 수준으로 집속하면 심하게 변조된 극진공 자외선 스펙트럼(Extreme Ultraviolet Spectrum, EUV Spectrum)이 발생하게 되는데[그림 3a], 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아토초 펄스가 발생하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원자 내 전자는 쿨롱 퍼텐셜에 의해서 구속되어 있는데, 강력 레이저장이 걸리면 그 쿨롱 퍼텐셜이 왜곡되어 전자는 터널링을 통해서 원자를 빠져나와 자유 전자가 된다[그림 3b]. 이 자유 전자는 외부 레이저 전기장의 영향을 받아 특정 운동 에너지를 가지고 원래 원자와 충돌하며, 연속 스펙트럼의 빛을 방출한다. 이러한 과정이 레이저 전기장의 반 주기마다 발생하여[그림 3c], 레이저 전기장의 반 주기마다 아토초 EUV 펄스가 생성된다. 단일 아토초 펄스(Isolated Attosecond Pulse)를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단일 주기 또는 수 주기 펨토초 펄스를 사용하며, 발생한 EUV 빛 중에서 파장이 가장 짧은 쪽에 형성되는 연속스펙트럼 부분의 빛만을 선택함으로써(Spectral Filtering) 단일 아토초 EUV 펄스를 얻게 된다.

그림 3. (a) 고차조화파 스펙트럼 (b) 준 고전적 3단계 모델. 강력한 레이저 전기장에 의해 원자 쿨롱 전위가 왜곡되면 터널링 현상을 통해 전자가 이온화된다. 이 자유 전자는 레이저 전기장에 의하여 다시 원래 원자와 충돌하며 아토초 광을 발생한다. (c) 반 주기마다 충돌이 발생하여, 아토초 펄스 열(Train of Attosecond Pulses, 파란색)이 생성된다.

 

과학사 최초로 대표적인 양자 현상인 전자 터널링 실시간 관측

원자 세계에서의 전자 터널링은 거시적인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대표적인 양자 현상이다. 이 현상이 아토초 시간대에 진행되므로, 단일 아토초 광펄스를 이용해서 터널링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하면서, 원자 내 전자 동역학 실시간 관측 및 후속적인 조작의 문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그림 4. 레이저 전기장 하에서 전자 터털링에 대한 양자 역학적 예측 모델. 출처: Nature 446, 627 (2007)

 

그림 5. (a) 90eV EUV 광자는 Ne2+보다 Ne1+에 대해 더 높은 확률로 단일 전하 또는 이중 전하 Ne를 생성한다. 후속 레이저 장은 이러한 여기 상태에서 전자를 이온화시키게 된다. (b) 이온화 양 실험 데이터 (굵은 빨간색 선) (c) 실험 조건에 대한 터널링 이온화의 Keldysh 이론 기반 예측. 출처: Nature 446, 627 (2007)

레이저 전기장에 의해 원자의 쿨롱 전위가 왜곡되면 전자가 터널링을 통해 탈출할 수 있다[그림 4a]. 터널링 확률은 전기장에 역비례하여 지수함수적으로 변하게 되어, 전기장이 센 경우에만 매우 짧은 시간 동안에 터널링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림 4b]. 아토초 EUV 펄스로 여기 상태의 이온을 생성하고, 이 상태의 전자가 또 다른 레이저 장에 의해서 터널링 이온화되는 상황을[그림 4c] 생각하면, 그림 4d처럼 단계적으로 진행되어 계단 모양을 나타낼 것이 기대된다. 이번 노벨상 수상자인 크라우츠 교수 그룹은 Ne 가스[그림 5a, 중성 Ne과 이온화된 Ne의 관련 에너지 준위]를 사용하여, 단일 아토초 EUV 펄스를 가지고 실험하여 이온화 과정이 계단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실시간으로 관찰하였다[그림 5b]. 이는 마치 미국 아폴로 우주선이 달 착륙에 성공하며 우주 탐험의 새로운 문을 연 것처럼, 인간이 가보지 못했던 양자 현상의 실시간 측정 및 조작의 문을 여는 큰 획을 그은 것이다.

 

어디에 응용할 것인가 그리고 전망은?

그림 6. 자연에서 일어나는 기본 현상의 시간대. 전자 간 상호 작용, 내각 전자 전이, 분자 내 전하 이동 등 수 펨토초, 아토초 시간대에서 일어나는 현상(적색 점선 영역)에 대한 실시간 측정 및 조작의 문이 열린 것이다. 이 영역은 이전에는 동역학적으로 탐구되지 못하였다.

 

[그림 6]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기본 현상들이 어떤 시간대에서 일어나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단일 아토초 EUV 펄스를 활용함으로 수 펨토초, 아토초 시간대에서 일어나는 전자 상호 작용, 내각 전자 전이, 분자 내 전하 이동 등을 비로소 관측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기존 펨토초 화학 반응 연구도 아토초 펄스의 도움으로 새로운 차원의 연구가 가능해진다. 현재 아토초 EUV 펄스의 광자 에너지는 100 eV 이하여서, 연구 대상이 제한적이다. 연구 대상의 확장을 위해서는 X선 영역에서의 아토초 펄스 발생이 필요하다. 이런 펄스는 아토초 시간 해상도와 원자 수준의 공간 해상도를 갖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더 낫다는 말처럼, 아토초 과학은 이전에 알지 못하던 새로운 현상을 보여주며 인류가 자연을 이해하는 폭을 넓혀줄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21세기에는 생명의 기본 구성 요소와 그 복합체를 포함하여 모든 문제의 내부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가 크게 증진하고, 이에 대한 발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측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정의가 다시 내려져야 할 것이다.

 

글. 포스텍 물리학과 김동언 명예 교수 / 막스플랑크 한국 포스텍 연구소 아토초 과학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