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3 180호 / 최신 기술 소개

2023-12-12 405

[카멜레온처럼 피부색을 바꿀 수 있는 인공 전자 피부]

어릴 적 상상 속 물건이었던 투명망토, 다들 한 번쯤은 사용해 보길 바랐을 것 같은데요. 이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최수석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은 카멜레온의 피부처럼 색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인공 전자 피부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에는 카이랄 구조1를 가지는 광학 탄성체(CPE, Chiral Photonic Elastomers)가 사용되었습니다. 연구팀이 제작한 CPE는 나선형 구조의 길이에 따라 중심 파장이 조절되고, 이에 해당하는 색을 표현합니다.2 때문에 신축 정도에 따라 나선형 구조의 길이가 변해 표현하는 색이 변화합니다. 기존 전자 피부 연구에서는 피부가 단일 색상만을 나타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피부 내 CPE의 탄성 계수를 서로 다르게 조절함으로써 이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탄성 계수의 차이로 인하여 CPE에 동일한 힘을 가하여 신축하더라도 그 신축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피부는 다중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죠. 또한 이 CPE는 전기적인 힘이나 신호를 받아 수축하거나 이완하는 전기적 신축성이 있어 전기적인 신호를 통해 원하는 색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초기 중심 파장을 빨간색에서 근적외선3으로 조정하여 광학 탄성체를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로 만들고 전기적인 신호를 통해 신축시켜 눈에 보이는 상태로 전환되도록 하는 등, 투명도 제어에도 성공했다고 하는데요. 다양한 색을 동시에 표현하며 투명도도 제어할 수 있는 인공 전자 피부 기술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암호화 등 다양한 응용 연구에 널리 적용될 미래가 기대되네요!

 

그림 1. CPE를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보이는 상태로 전환하는 모습

[각주]
1. 오른손과 왼손처럼 서로 겹쳐지지 않는 광학상태를 가지는 구조. 분자의 회전 비대칭성을 의미함.
2. 빛의 파장은 색을 결정함. 빛의 파장대가 바뀌면 눈에 보이는 색이 바뀌게 됨.
3. 적외선 중 가시광선에 가까운 부분의 광선. 가시광선과 달리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음.
[참고 자료 & 그림 출처]
– Seungmin Nam, Dahee Wang, Chaehyun Kwon, ~ and Su Seok Choi. “Biomimetic Multicolor-Separating Photonic Skin using Electrically Stretchable Chiral Photonic Elastomers.” Advanced materials 35, no. 31 (2023).

 

[콘크리트로 전기를 공급하는 시멘트 배터리]

현재 전기차 상용화를 가로막고 있는 장벽 중 하나는 충전소의 부족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할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토목환경공학과 연구팀은 카본 블랙4과 시멘트를 이용한 슈퍼커패시터를 개발하였습니다. 슈퍼커패시터는 이온이 전극 면에 흡착함으로써 에너지를 충전하는 축전기로, 높은 에너지 저장량을 자랑합니다. 축전기에 저장되는 전력의 양은 판의 표면적에 비례합니다. 따라서 만약 콘크리트를 재료로 슈퍼커패시터를 제작하여 건축에 사용한다면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디에서든 충전이 가능해지죠. 하지만 콘크리트의 주요 성분인 시멘트는 전기 전도성이 약하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건축용 슈퍼커패시터는 그래핀 등 전도성이 높은 탄소와 시멘트를 섞어 혼합물의 전도성을 높였으나, 가격이 비싸 대량 생산이 어려웠죠. 그래서 MIT 연구팀은 같은 탄소지만 가격이 저렴한 카본 블랙, 시멘트 가루, 물을 섞어 슈퍼커패시터를 제작했습니다. 물과 잘 결합하는 시멘트와 달리, 카본 블랙은 물을 밀어내고 서로 뭉침으로써 전기가 잘 통할 수 있는 길을 만듭니다. 이 시멘트 배터리를 45㎥ 크기로 제작할 수 있다면, 한 가정이 하루 동안 소비하는 양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아직은 단추 크기인 장치를, 크고 충분한 성능을 가진 장치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구가 성과를 거두어 어디서든 전자제품을 충전할 수 있는 시대가 얼른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림 2. MIT 연구팀이 개발한 시멘트-카본 블랙 슈퍼커패시터 시제품

[각주]
4. 탄화수소의 불완전연소 또는 열분해를 통해 생성된 그을음 형태의 미세한 분말 물질.
[그림 출처]
– David L. Chandler. “MIT engineers create an energy-storing supercapacitor from ancient materials.” MIT News. July 31, 2023. https://news.mit.edu/2023/mit-engineers-create-supercapacitor-ancient-materials-0731.
[참고자료]
– Nicolas Chanut, Damian Stefaniuk, James C. Weaver, ~ and Franz-Josef Ulm. “Carbon–cement supercapacitors as a scalable bulk energy storage solution.”

 

[알코올 중독 원숭이 유전자 치료 후 음주량 90% 감소]

사람뿐만 아니라 원숭이도 알코올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러한 알코올 중독 원숭이의 알코올 섭취량을 90% 이상 줄일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 그리고 오리건 영장류 국립연구센터 교수팀은 뇌수술을 통해 유전자를 알코올 중독인 원숭이의 뇌에 전달하는 치료법으로 알코올 섭취를 극적으로 줄였다고 합니다. 유전자 치료법의 대표적인 방식은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에 치료용 유전자를 삽입해 체내의 표적기관에 전달하는 것인데요. 연구팀은 이 방식을 이용해 4% 알코올을 습관적으로 마시는 4마리의 원숭이의 뇌 복측개피영역5에 해가 없는 바이러스(AAV)6를 전달체로 도파민성 뉴런 기능을 향상하는 인간 교세포 유래 신경성장인자(AAV2-hGDNF)7를 만들어 내는 단백질 유전자를 주입했습니다.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되면 평소 뇌의 도파민 방출량이 줄어들어 우울감을 유발하고, 그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 알코올을 찾게 됩니다. 도파민을 방출하는 뉴런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GDNF를 암호화하는 유전자를 주입한 결과, 치료받은 원숭이들의 뇌에서는 도파민이 지속해서 과잉 발현되며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아도 충분하게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원숭이의 알코올 섭취량이 90% 이상 감소했으며 혈중알코올농도가 매우 낮게 측정되었다고 합니다. 단, 이 치료법은 수술을 통해 뇌를 영구적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에 다른 일반적인 치료법이 효과가 없는 가장 심한 알코올 사용 장애를 치료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하네요. 이 기술이 발전되어 일반적인 치료법으로는 치료 불가능했던 환자들이 치료받는 날이 찾아오길 바랍니다.

그림 3. AAV를 이용하여 복측피개영역에 유전자를 전달하는 시술의 시범 시술

[각주]
5. 뇌간 맨 위에 위치한 영역. 도파민을 합성해 온몸으로 전달하여 동기부여, 보상, 쾌락 등에 관여함.
6. 아데노연관바이러스. 감염력은 있으나 병원성이 거의 없어 유전자치료에서 DNA 운반체로 사용됨.
7. 많은 종류의 뉴런의 생존을 강력하게 촉진하는 작은 단백질. 교세포에서 분비되는 GNDF 유전자에 의해 암호화됨.
[참고 자료 & 그림 출처]
– Matthew M. Ford, Brianna E. George, Victor S. Van Laar, ~ and Krystof S. Bankiewicz. “GDNF gene therapy for alcohol use disorder in male non-human primates.” Nature Medicine 29 (2023): 2030-2040.

 

[양자컴퓨터도 풀어낼 수 없는 하이브리드 양자 기반 보안키]

양자컴퓨터는 얽힘, 중첩과 같은 양자역학적 현상을 활용하여 자료를 처리하는 기계입니다. 양자 컴퓨터는 빠른 연산 능력을 바탕으로 기존 암호화 방식8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이에 대비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요. 구글은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양자 기술을 활용한 해킹 공격으로부터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는 양자 기반 보안키를 개발했습니다. 이 양자 보안키는 기존 암호화 기술인 ECDSA 알고리즘9과 최신 양자 암호 알고리즘 중 하나인 다이리튬(Dilithium)10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보안키라고 합니다. 따라서 하나의 보안키로 기존 ECC 기반 보안 기술과 미래의 양자 기반 보안 기술에 모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또한 두 가지 보안 서명을 중첩함으로써 정보를 암호화할 때 두 알고리즘을 모두 이용하기 때문에 복합적인 공격에 대해서도 더욱 안전하게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실물 형태의 휴대용 무선 보안키에도 적용하기 위해 20KB의 작은 메모리에서도 다이리튬 알고리즘이 작동할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것에도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양자 기술을 이용한 해킹 공격에 휴대용 기기들도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구글은 향후 이 새로운 양자 보안키 기술이 온라인 환경에서 비밀번호를 대체하는 인증 방식 기술 표준인 FIDO2 사양11의 일부로 표준화되어 주요 웹 브라우저에서 지원되는 것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기술을 통해 양자컴퓨터가 안전하게 실용화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림 4. 구글의 양자 프로세서 모습

[각주]
8. 현재 보안키는 복잡한 수학적 난제를 기반으로 정보를 암호화함.
9. 타원 곡선 암호를 전자서명에 접목시킨 암호 알고리즘.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 거래 시 정당한 소유주만이 자금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용됨.
10. 미국 국립 표준 기술 연구소가 양자 내성 암호의 표준화 사업에서 선정한 4종의 알고리즘 중 하나. 전자 서명 분야에서 표준 알고리즘으로 확정됨.
11. 아이디와 비밀번호 대신 지문, 홍채, 안면인식 등 생체인식과 OTP 등의 인증 체계를 지원하는 인증 시스템.
[참고 자료 & 그림 출처]
– Diana Ghinea, Fabian Kaczmarczyck, Jeniffer Pullman, ~ Jean-Michel Picod. “Hybrid post-quantum signatures in hardware security keys.” Applied Cryptography and Network Security Workshop (2023).

 

(글) 무은재학부 23학번 29기 알리미 이용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