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3 180호 / 기획특집 ③ / 상온상압 초전도체
[고온 초전도체와 LK-99, 그리고 초전도체의 미래]
지금까지 초전도체란 무엇인지, 그리고 저온 초전도체의 원리에 대해 배워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고온과 상온 초전도체에 대해서도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이번 꼭지에서는 고온 초전도체의 발견과 더불어 최근 큰 화제가 되었던 LK-99, 그리고 초전도체의 활용과 미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온 초전도체의 발견
1986년 스위스의 IBM 연구소의 베드노르츠(A. Bednortz)와 뮐러(Karl A. Muller)는 La-Ba-Cu-O 4가지 원소로 구성된 물질이 35 K에서 초전도 성질을 가짐을 발견함으로써 고온 초전도 시대의 서막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연구하던 물질은 금속 산화물이었기 때문에 절연체이거나 자성을 띠는 등 마티아스의 규칙1을 위배하는 연구 결과였습니다. 마티아스는 수백 가지의 초전도체 합성에 성공한 과학자였기에, 이 규칙에 위배되는 연구 결과는 당연하게도 이론 물리학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연구를 지속했고, 결국 임계온도의 이론적 한계였던 25 K를 뛰어넘고 35 K에서의 초전도 현상을 발표했습니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25 K을 넘고, 임계 온도가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는 물성은 모두 Cu-O를 포함합니다. 이후 과학자들은 새롭게 발견된 이 고온 초전도체를 구리 산화물 초전도체라고 불렀습니다. 그렇다면 이 구리 산화물 초전도체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합시다.
구리 산화물 초전도체는 매우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림 2를 보면 청색으로 표시된 구리와 적색으로 표시된 산소로 이루어진 Cu-O층과 녹색으로 표시된 La/Ba-O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화학에서는 물질의 조성을 변화시키며 가공할 때 주로 물질이 가진 전자의 농도를 조절하는데요. 이를 도핑(Doping)이라고 부릅니다. La-Ba-Cu-O에서는 Ba가 불순물 역할을 하도록 하여 La2–xBaxCuO4와 같은 화학식이 되도록 만듭니다. 화학식에 대한 설명을 조금 더 덧붙이자면, 모체 화합물 La2CuO4에서 La3+일부를 Ba2+로 치환하며 다양한 고온 초전도체를 합성합니다. 다만 이렇게 치환하면 Cu-O층에서는 전자 한 개가 부족하게 되고, 그 자리에 정공이 생기는데요. 이 정공을 홀(Hole)이라 부르고, 이러한 화학적 가공 현상을 홀 도핑이라 합니다. 즉, 이러한 홀 도핑은 초전도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이전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고온 초전도체의 상도표2에 대한 실험적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림 4는 고전 초전도체 상도표로, 임계 온도와 자기장의 세기로 초전도체와 정상 금속을 구분합니다. 이에 반해 그림 3의 구리 산화물 초전도체의 상도표를 보면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가로축은 홀 도핑, 세로축은 온도를 나타내는데요. 상도표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물질에 Ba2+를 더 치환해 가며 실험을 진행한 결과입니다.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영역은 돔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요.
돔의 경계를 기준으로 왼쪽 영역을 덜 도핑된 영역(Underdoped), 오른쪽 영역을 과도하게 도핑된 영역(Overdoped), 그리고 해당 경계를 알맞게 도핑된 영역(Optimally Doped)라 합니다. 그럼, 다음 문단에서는 최근 큰 화제가 되었던 LK-99와 상온 초전도체에 대해 알아봅시다.
상온 초전도체
LK-99는 퀀텀에너지연구소에서 상온, 1기압(상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초전도체라고 주장한 구조체로, 희토류가 아닌 범용 원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열전도성 뛰어나 전기 효율이 높습니다.
LK-99의 핵심적인 화학반응은 다음과 같은데요.
라나카이트3와 인화구리 결정을 진공 상태의 튜브 내에서 반응시켜 LK-99를 최종적으로 제조합니다. LK-99가 세계에 발표된 이후, 많은 국내외 연구기관에서 검증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꿈의 물질이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의 염원과는 달리 초전도체가 아닐 것이라는 검증 결과만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비록 원하던 결과는 아니었지만, 이를 계기로 전 세계에 상온 초전도체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불러일으킨 것은 사실입니다. 앞으로도 관련 연구들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며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전도체의 활용
상온 초전도체가 발명된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는 대표적으로 SQUID가 있습니다. SQUID는 초전도체에서 일어나는 자속의 양자화와 조셉슨 효과 두 가지의 메커니즘에 의해 동작하는 자기 센서입니다. 이는 매우 미세한(약 10-15 T) 자장을 측정할 수 있는데요. SQUID는 두 개의 조셉슨 접합4이 초전도체를 통해 병렬로 연결된 구조를 가지며, 양단을 통해 인가 전류를 가해 SQUID 양단에 걸리는 전압이 이 초전도체 고리를 통과하는 자속에 의존하는 원리입니다.
그림 8을 보면 반복되는 전압 출력은 SQUID를 관통하는 자속에 의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하여 SQUID는 인간의 뇌나 심장에서 발생하는 자장을 측정하여 의료 진단에 활용할 수 있으며, 항공기 날개 등의 내부 균열을 탐지하고, 해저 폭발물과 지뢰탐지에도 이용될 수 있습니다. 1980년 조셉슨 접합의 발달로 SQUID 센서가 새롭게 떠올랐지만, 저온 초전도체는 가공 과정이 필요한 액체 헬륨을 냉매로 사용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온 초전도체가 발견된다면 상온에서 액체로 존재하는 물질을 냉매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가 가능합니다.
상온 초전도체의 발견은 토카막에 엄청난 발전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토로이드5구조에 자기 코일을 설치한 것을 토카막이라고 합니다. 토카막의 전하를 띤 입자가 움직이면 전류가 생기고 전자기 유도에 의해 자기장이 생기는데요. 전류의 진행 방향에 수직으로 자석을 설치하면 자기장이 생겨 플라즈마6 입자 흐름이 토로이드의 각 부분을 골고루 지나가게 합니다. 즉, 플라즈마가 토로이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것이죠. 본래 핵융합은 플라즈마 상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초고온.고압 환경이 필요합니다. 다만 초고온·고압 환경은 전자석에 매우 강한 전류를 흘려야 하는데 전기 저항으로 인한 과열 때문에 연구적인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상온 초전도체가 개발된다면 위의 과열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이번 꼭지에서는 고온 초전도체와 상온 초전도체에 대해 알아보았고, 더불어 초전도체의 활용과 미래에 대한 소개를 해드렸습니다. BCS 이론 이후 초전도체의 연구는 극저온에서 고온, 고온에서 상온으로 점차 확대되었는데요. 최근 화제가 되었던 LK-99 연구가 보여준 것처럼 상온 초전도체의 발전과 관심은 점점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LK-99의 초전도체 진위보다 중요한 것은 많은 노력과 오랜 연구를 통해 언젠가 개발될 상온 초전도체를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은 여러분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과학도가 되길 바랍니다.
(글) 전자전기공학과 22학번 박태은
[각주]
1. 초전도체를 찾는 여섯 가지 규칙.
2. 특정 온도와 기압 등의 세기변수 하에서 물질의 상 사이의 평형상태를 나타낸 도표로, 특정한 상태에서 물질이 어떤 상을 가지게 되는지를 나타냄.
3. 황산납 형태의 광물로, 화학식은 Pb2(SO4)O.
4. 두 초전도체를 매우 가깝지만 붙지 않도록 위치시켜 만든 접합.
5. 전자 장치에서 인덕터로 사용되는 코일이 감겨 진 원환체.
6. 강력한 전기장 혹은 열원으로 가열되어 전자, 중성입자, 이온 등의 입자들로 나누어진 상태.
[참고자료]
1. 김기덕, “고온 초전도의 시작 [1]: 구리 산화물 초전도체”, 「HORIZON」, 2022년 6월 16일, https://horizon.kias.re.kr/21507/
2. 김기덕, “고온 초전도의 시작 [2]: 구리 산화물 초전도체의 상도표”, 「HORIZON」, 2022년 7월 8일, https://horizon.kias.re.kr/21725/
3. “인류의 새로운 에너지 혁명 – 초전도체를 이용한 인공태양 | 핵융합 발전, 초고온 플라즈마”,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k1qc3KvJ2HA&t=719s
4. “초전도이야기, 초전도란?”, 「한국초전도학회」,
http://acoms.atit.co.kr/~kss1/7s_2.html.
5. 허나영, “비틀리게 쌓기만 해도”···고온초전도체 작동원리 베일 풀리나 「HelloDD」, 2022년 1월 24일,
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95720
6. “LK-99 초전도체”, 「퀀텀에너지 연구소」, 2023년 8월 1일
https://web.archive.org/web/20230801044318/https://qcentre.co.kr/lk-99
7. “LK-99”, 「Wikipedia」, https://ko.wikipedia.org/wiki/LK-99
8. Que sais, “노벨상의 노다지, 초전도체(7)”, 2020년 10월 24일
https://que-sais2020.tistory.com/325
9. sanxiyn, “LK-99 논물들에 대해” https://hackmd.io/@sanxiyn/S1hejVXo3
[그림출처]
그림 1-4. 김기덕, “고온 초전도의 시작 [1] [2]: 구리 산화물 초전도체”, 「HORIZON」, 2022년 6월 16일, 7월 8일, https://horizon.kias.re.kr/21507/
그림 5. Wikipedia, “LK-99”, https://ko.wikipedia.org/wiki/LK-99
그림 6-7. 퀀텀에너지 연구소, 「LK-99 초전도체」, 2023년 8월 1일
https://web.archive.org/web/20230801044318/https://qcentre.co.kr/lk-99
그림 8. Wikipedia, “초전도 양자 간섭 장치”, https://ko.wikipedia.org/wiki/%EC%B4%88%EC%A0%84%EB%8F%84_%EC%96%91%EC%9E%90_%EA%B0%84%EC%84%AD_%EC%9E%A5%EC%B9%98
그림 9. Wikipedia, “토카막” https://ko.wikipedia.org/wiki/%ED%86%A0%EC%B9%B4%EB%A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