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2 여름호 / 최신 기술 소개

2022-07-18 330

01. 메타버스에서 안면 감각을 느낄 수 있는 VR 헤드셋

여러분은 VR 헤드셋 속 가상의 공간에서 양치질을 하거나 물이나 커피를 마시는 상상을 해보셨나요? 대부분 그 상상 속에서 ‘촉각’은 제외되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의 카네기멜런대학교의 미래 인터페이스 그룹에서 입 주변을 덮는 장치나 부품 없이도 초음파를 활용하여 입술, 혀, 치아 등에 여러 촉각을 느끼게 해주는 실시간 햅틱(촉각) 기술 기반 VR 헤드셋을 공개하였습니다. 이 헤드셋에 장착하는 초음파 변환기는 초음파 에너지를 신경 수용체가 민감하게 배치된 입에 집중시켜 다양한 감각을 재현합니다. 그리고, 이 헤드셋의 바닥 면에 있는 64개의 납작한 상 어레이Phase Array가 다양한 촉각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여기서 상 어레이란 여러 안테나에서 송출되는 전파의 위상을 다르게 제어함으로써 특정 위치로 전파를 내보낼 수 있는 안테나의 배열을 의미하는데요. 이를 통해서 초음파를 원하는 위치로 조준한 후, 고에너지 초음파 펄스로 미세한 입자를 쏟아붓게 됩니다. 이 초음파로 인한 충격이 입 주변과 내부에 전해지면 두드리기, 진동, 쓸어내기 등과 같은 촉각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연구진은 초음파 펄스를 특정한 패턴이 나타나게끔 프로그래밍하여 오토바이를 탈 때의 강한 바람, 급수대에서 나오는 가상 물줄기의 지속적인 진동 등을 표현할 수 있게 했습니다. 현재 연구팀은 이 기술을 소비자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헤드셋에 적용시키기 위해 디자인을 조금 더 가볍고, 작게 만드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하는데요. 아직 상용화 전 단계이지만 가상 세계에서 촉각을 느낄 수 있다니, 촉각뿐만 아니라 오감을 전부 느낄 수 있게 될 날이 기대되네요!

 

02. 암을 찾아내는 개미

마약을 찾아내는 마약견에 대해서는 한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암을 찾아내는 개미는 어떤가요? 훈련된 마약견이 마약을 찾아내는 것처럼 훈련된 개미가 암세포 특유의 화학적 향을 구별해내어 암을 찾아내도록 하는 암 진단법이 발표되었습니다. 이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에서 밝혀낸 것인데요. 기존에는 암으로 의심되는 종양을 떼어내어 고해상도 현미경을 통해 조직 검사를 했지만, 큰 비용과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던 중, 암세포가 만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개미가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개미는 호르몬의 일종인 페로몬을 통해 다른 개미들과 소통을 합니다. 경보 페로몬, 추적 페로몬 등  다양한 페로몬이 존재하기 때문에 화학적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죠.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개미를 ‘파블로프의 개’와 같은 방법으로 훈련하였습니다. 이는 자극과 보상을 연관 짓는 방법으로, 연구진은 자극을 암세포로 설정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먹이로 설정하여 훈련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들은 건강한 세포와 유방암 세포를 각각 다른 페트리 접시에 놓고, 암세포가 놓인 접시에만 추가로 먹이를 놓았는데요. 개미는 몇 차례 암세포 냄새가 나는 쪽으로 가면 먹이가 있다는 것을 경험하자, 선택지에 새로운 냄새가 생겨도 암세포 냄새가 나는 페트리 접시로 더 많이 이동하였습니다. 개에게도 이러한 훈련이 가능하지만, 개미는 특별히 짧은 시간 안에 훈련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직은 임상 시험이 어려운 아이디어 차원의 실험이지만, 다른 의료 기기 없이 오로지 개미로만 암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면, 정말 신기할 것 같지 않나요?

 

03. 우리은하 중심부의 블랙홀 최초 관측

국제블랙홀연구협력집단인 Event Horizon TelescopeEHT 연구팀이 우리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천체인 궁수자리 A*Sgr A*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 관측은 3년 전 인류 역사 최초로 관측된 M87 은하의 초대질량 블랙홀 M87* 이후 처음으로 블랙홀의 실제 이미지를 포착한 것인데요. 특히나 이번 관측은 외부 은하가 아닌 우리은하의 블랙홀 관측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습니다. 궁수자리 A* 블랙홀의 위치는 지구로부터 대략 27,000광년 떨어진 궁수자리이며, 질량과 크기 모두 M87*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고 합니다. M87*의 크기는 태양계 전체의 크기와 비슷한 반면, 궁수자리 A* 블랙홀의 크기는 태양에서 수성까지의 거리와 비슷합니다. EHT 팀은 궁수자리와 M87이 완전히 다른 모습을 띠는 은하지만 각 은하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 간에는 유사한 점이 많다고 밝혔고, EHT 과학이사회에서는 이 사실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의 간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론적으로 예측한 블랙홀의 고리 크기가 실제 관측값과 매우 비슷하다는 사실은 관측된 이미지를 이용하여 블랙홀 질량과 같은 세부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기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연구진은 두 블랙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함으로써 초대질량 블랙홀 주변의 가스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나 제트의 물리학적 기원, 은하의 형성 등에 관해 더욱 자세히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블랙홀에 대한 이해를 확장한 이번 관측을 계기로 심오한 우주의 비밀에 더욱 다가갈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04. 전기가 끊겨도 모든 기능이유지되는 비휘발성 컴퓨터

여러분은 문서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컴퓨터가 꺼져 작성하던 문서의 내용이 전부 사라진 경험이 있나요? 작업 중이던 문서가 저장되지 않고 사라진 이유는 기존의 컴퓨터가 전원이 꺼지면 저장하고 있는 데이터를 전부 잃어버리는 휘발성 메모리를 메인 메모리로 사용하기 때문인데요. 이번에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의 정명수 교수 연구팀에서 전원의 공급이 없어도 정보가 유지되는 비휘발성 메모리를 활용하여 ‘경량화된 비휘발성 컴퓨팅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였습니다. 이전의 비휘발성 메모리는 복잡한 내부 구조로 인해 성능이 좋지 않아 메인 메모리의 보조 역할로 활용되고, 일부 데이터만 선택적으로 유지하는 형식으로 사용됐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비휘발성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에 사용되던 휘발성 메모리나 다른 스토리지Storage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지속성 메모리만으로 시스템을 구성해 전반적인 시스템을 비휘발성 상태로 유지하게끔 하였습니다. 또한, 성능이 좋지 않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메모리를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어 기존의 컴퓨터에 비해 4.3배가량 빠른 속도를 끌어냈고, 복잡했던 내부 구조를 단순화하여 메모리의 크기 또한 약 8배의 크기로 키워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비휘발성 컴퓨터는 전력 소모를 73% 절감할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연구의 핵심 기술은 차량이나 핸드폰, 또는 사물인터넷 장치 등에 널리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요. 뛰어난 성능과 더불어 탄소 중립 에너지 효율 극대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비휘발성 컴퓨터,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발전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글 / 무은재학부 21학번  27기 알리미  황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