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2 가을호 / 지식더하기 ②

2022-10-17 148

식물 면역

 

여러분들은 면역 반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많은 분이 B세포와 T세포의 발현으로 항원을 무찌르는 과정이라고 설명하실 것 같은데요. 당연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동물 면역에 한정된 설명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식물은 외부에서 항원이 들어왔을 때 어떤 방법으로 이들을 처리할까요? 오늘은 식물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 식물 면역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면역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자신과 남을 구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인간에게 자가면역질환이라고 불리는 과도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듯이, 식물에도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죠. 식물이 필요할 때만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남을 인식할 단백질 수용체가 필요합니다. 세균은 편모와 같이 식물은 가지고 있지 않은 표면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식물 세포의 단백질 수용체가 이러한 병원체 표면 구조의 분자적 패턴을 인식하는데요. 이 단백질 수용체가 바로 PRRPattern Recognition Receptor입니다. PRR은 미생물의 정착을 방해하는 생합성 복합물의 생성을 유도하기 때문에 병원체가 침투하지 못하게 막습니다. 이러한 면역 반응을 PTIPAMP-Triggered Immunity라 부르고, 이것이 곧 식물의 1차 면역 반응이죠.

그러나 모든 병원체를 PTI로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독성이 강한 병원체의 경우 식물의 1차 방어선인 PTI를 억제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요. 이들은 PTI를 억제하여 내부로 침투하기 위해 Effector(억제 단백질)를 분비합니다. 식물도 이런 Effector를 방어하기 위해 또 다른 면역 반응을 지니는데, 이것이 바로 ETIEffector-Triggered Immunity입니다. ETI란 Effector를 인식하여 반응을 일으키는 것인데, 이러한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Effector를 인식하기 위한 NLR 단백질이 존재합니다. NLR 단백질이 특정 Effector를 인지하면, 가장 강력한 면역 반응인 ‘세포 사멸반응’이 일어나게 됩니다. 병원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주1(식물)세포가 필요한데, 이 점을 역이용하여 식물 세포 스스로 사멸함으로써 병원체가 살아갈 환경 자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죠. 이렇게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ETI가 바로 식물의 2차 면역 반응입니다. 세포 사멸 이후에는 식물 세포를 죽게 만든 Effector에 대한 정보를 DNA에 남겨, 다음 세대가 같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대비합니다.

지금까지 식물이 자신을 지키는 두 가지 방법인, PTI와 ETI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이 두 반응만으로 식물이 모든 병원체로부터 안전할 수는 없습니다. 동물 면역과 식물 면역의 차이점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는데요. 동물은 침입한 병원체의 정보를 ‘기억’한 뒤, 이를 바탕으로 항체의 생성 속도를 높이고 면역 세포의 활성을 유도합니다. 즉, 후천적인 면역 시스템을 가지면서 병원체가 ‘침입’하면 그때그때 정보를 저장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갖는 것이죠.

하지만 식물은 다릅니다. 식물의 경우 앞서 언급했듯이 Effector에 대한 정보를 남겨 다음 세대로 전승합니다. 따라서 식물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ETI를 활성화할 Effector에 대한 정보를 지니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동물의 2차(후천적) 면역 반응은 병원체가 침입할 때마다 해당 병원체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체계인 반면, 식물의 2차 면역 반응은 선천적으로 가지는 Effector의 정보를 기반으로 발현되는 체계입니다. 이 때문에 식물은 병을 ‘치료한다’, 혹은 ‘예방한다’라는 개념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식물 사이에 새로운 바이러스가 유행한다면 식물은 그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지니고 있지 않으니 필사적으로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것만이 그들이 살아남을 방법인 것입니다.

이렇게 오늘은 식물이 외부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코로나바이러스로 모두가 동물 면역에 집중하고 있는 요즘,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식물 면역에 관심을 두고 공부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 / 생명과학과 21학번 27기 알리미 최예니

 

[각주]

1. 기생 생물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생물

[참고자료]

1. 이규하, 「식물 병저항성 기작의 연구 동향」, 『BRIC』, 2019.12.10.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id=3384&Board=report
2. 영상 자료, 식물도 병에 걸린다고? 그럼 식물도 면역체계가 있을까?

3. 식물병 저항성: Plant disease resistance 관련 자료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naturelove87&logNo=221607171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