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2 가을호 / 알리미가 만난 사람

2022-10-17 339

좋아하는 일을 지키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해요.

조퇴계 선배님과의 이야기

꿈을 이루기 위해 전념했는데, 막상 내 길이 아니라고 느껴지면 어떨까요? 다른 방향으로의 재빠른 도약을 위해 견고한 신념과 도전 정신이 필요할 것 같아요. 특히 남들이 흔히 가지 않는 길이라면요. 이번 <알리미가 만난 사람>에서는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출신으로, 금융계를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선망할 직업인 RA(Research Assistant)를 거쳐 현재 출판업에 종사하시는 조퇴계 선배님을 만나보았습니다. 현재 로컬 숍 연구 잡지 ‘브로드컬리’의 편집장으로 계신 선배님의 이야기, 지금부터 같이 들어볼까요?

 

포스테키안 구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05학번으로 현재는 잡지 ‘브로드컬리’의 편집장을 맡은 조퇴계입니다.

공동 창간자이시자 편집장으로 계신 브로드컬리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발행한 지 7년 정도 됐고, 공간을 기반으로 하여 자영업자분들을 취재 대상으로 한 잡지라고 할 수 있어요. 저희 잡지는 카페, 서점, 빵집, 민박 등의 작은 상업 공간을 운영하시는 분들을 만나서 그 공간을 왜 시작하게 되었으며,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어려움 가운데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어요. 독자분들이 자영업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하고, 소비자로서 가게에 대해 더 깊은 애정을 가지고 소비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만들고 있어요. 잡지라고 하면 보통 광고가 많은 대형 잡지를 떠올리는데요. 저는 광고 없이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잡지라고 불리지만 일반 도서처럼 독자분들이 책을 구매하셔서 읽어주시는 비즈니스 모델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졸업하실 때 무려 무은재상(대학의 발전이나 명예를 드높인 졸업생에게 주는 상)을 수상하셨어요. 학부 시절 어떤 학교생활을 보내셨나요?
저는 학교를 꽤 오래 다녔어요. 햇수로 하면 9년 정도. 학부생 때 화두는 어떤 직업을 가질 거냐였는데, 단순히 좋은 회사를 입사하기보다는 업무를 이해한 상태로 직종을 고르고 싶어 인턴을 네다섯 번 했던 것 같아요. 금융권의 다양한 회사에서 한 번 하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씩 하기도 했어요. 벤처 캐피털1과 컨설팅 회사, 그리고 투자 자문사2와 사모 펀드3에서도 일했었어요. 다양한 회사를 경험해 보니 기업을 분석하는 업무가 적성에 맞았어요. 그런데 모든 회사에서 기업 분석 담당자가 기업 분석 글을 쓰긴 하지만, 증권사에서 써낸 보고서가 가장 널리 읽히는 것 같더라고요. 예를 들면, 사모 펀드에선 기업 분석 담당자의 글을 위의 펀드 매니저 서너 분밖에 안 읽으세요. 내가 기업을 잘 분석해서 사람들이 이걸 읽고 잘 이해할 수 있다면 보람이 있을 것 같았고, 가장 널리 읽히는 건 바로 애널리스트4의 보고서라고 생각해서 애널리스트가 될 수 있는 증권사에 입사했어요. ‘어떤 직업을 가질 거냐?’가 제 학부 시절 가장 큰 화두였는데 4개월 만에 그만뒀으니까 아이러니하네요.(웃음)

증권사에서의 경험과 포스텍에서의 생활이 브로드컬리 운영에 어떠한 도움이 되셨는지 궁금해요.
저로서는 굉장히 도움이 되었어요. 사람들에겐 잡지사와 증권사, 둘의 이미지가 많이 달라서 ‘전혀 다른 업종으로 옮긴 게 신기하다’라는 반응을 많이 듣는데, 사실 많이 바뀐 건 아니에요. 전에는 큰 사업을 하는 회사를 분석했다면 현재는 규모가 작은 사업을 하는 회사를 분석하는 셈이니까 하는 일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제 분야에서 차별점을 가질 수 있었어요. 보통 출판사나 잡지사에 취업하신 분들은 글을 쓰는 톤이 달라요. 서정적인 표현이 많고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도 감정선에 집중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취재할 때 질문이 수치적, 논리적이고, 다른 잡지들에 비해 간결하고 건조한 문장으로 되어있어요. 오랫동안 출판업에 계셨던 분들은 제 방식이 개성 있고 독특하다고 하세요.
공대에서 공부하면 구분해서 알고 싶잖아요. 원인이 하나여도 그 속에 여러 세부 논리가 있을 수 있고, 그런 것들을 궁금해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학업에 임했는데 출판업으로 넘어오니 이런 접근이 특이한 거였죠. 공학이나 금융 분야에 남아 있었다면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여러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을 텐데, 분야를 바꿨더니 ‘특징적이고 개성 있다’라는 평가를 받으니까 인생에서 이 정도의 진로 변경은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해요.

독립 잡지를 발행하며 특별히 느낀 점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크게 배운 게 하나 있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해서 행복이라는 결과물이 자동으로 주어지진 않는 것 같아요. 자영업자분들을 오래 취재하다 보니까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는 것과 내가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는 건 다르더라고요. 왜냐하면, 잘해야 하니까요. 무엇을 시작하는 것까지는 하고 싶다, 안 하고 싶다가 대입이 되지만 스타트를 끊고 나선 내가 잘하냐 못하냐의 영역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그 영역으로 넘어갔을 때도 행복할 수 있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것을 알게 됐어요. 잘 못하더라도 그 나름대로, 잘하게 됐을 때도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게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원하는 학교에 입학했는데, 입학할 때는 그렇지 않나요? 가슴이 불타오르고 많은 일을 이뤄내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고 입학하죠. 근데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요소 때문에 행복을 놓치게 될 수 있으니, 여러분도 갓 입학했을 때의 마음을 잘 추슬러서 초심을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신경 써주면 좋을 것 같아요.

개인으로서의 목표가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지금 하는 걸 그대로 잘하고 싶어요. 그대로 하는 건 되게 어려운 일이거든요. 지금 하는 일을 못 하게 되는 환경적 변화가 있을 수 있고, 제 노력과는 무관한 시대의 흐름이나 외부적 요인이 있을 수도 있죠. 저는 제 일이 너무 좋아서, 5년 뒤 10년 뒤에도 지금 만들고 있는 책을 계속 쌓아 나가고 싶어요. 제가 하는 이 일을 꿀단지라고 하면, 이 꿀단지를 보관하고 있는 금고를 엄청 멋지고 어마어마하게 만들고 싶어요.

선배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로를 고민하는 이공계 후배들과 독자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고등학생 때는 내가 어떤 대학에 가고 무슨 전공을 할지, 그것이 화두잖아요. 이후에도 최고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선택에 굉장히 집중하죠. 근데 선택은 선택이고, 만족이나 행복은 별개인 것 같아요. 하나하나의 선택보다는 그 선택을 해나가는 마음이 어떤 마음인가에 따라 그 사람은 좋은 선택을 해도 불행할 수 있는 거예요. 같은 시험공부를 해도 누군 재밌어 보이고 누구는 남들보다 힘들어하는 것처럼요. 여러분, 지금 고민이 거대해 보이고 이 선택이 나의 행복과 직결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제가 그랬거든요. ‘내가 무엇을 할 때 인간적으로 편하고 즐거운가’를 모색해 보는 건 어떤가요?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일을 지키기 위해서도 노력이 필요하고, 여러분들의 행복을 위해서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해주고 싶어요.

[각주]

1. 벤처 캐피털 잠재력이 있는 벤처 기업에 자금을 대고 경영과 기술 지도 등을 지원하여 높은 자본 이득을 추구하는 금융 자본.
2. 투자 자문사 고객에게 투자 자문을 하고 자문료를 받는 금융 회사.
3. 사모 펀드 비공개로 소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주식과 채권, 기업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하여 운용하는 펀드.
4. 애널리스트 금융권의 고소득 직종으로써 주식 종목, 경제 시황, 시장 및 경영 현황 등을 분석하는 직업.

 

글 / 무은재학부 22학번 28기 알리미 이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