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22 가을호 / 기획특집 ① /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우주를 담은 눈,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James Webb Space Telescope
컴컴하면서 반짝이는 별이 있는 곳. 어떤 공간이 생각나시나요? 대부분 우주를 떠올리실 겁니다. 분명 우주를 직접 본 적도 없는데 왜 그런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걸까요? 이는 우리의 눈 대신 우주망원경이 우주를 관측하고 사진을 전달해주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금까지 널리 알려진 우주망원경은 허블 우주망원경이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 12월 25일, 우리는 새로운 눈을 얻게 되었습니다. 바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입니다! 제임스 웹은 수명이 머지않아 다 할 것으로 예상되는 허블을 대신하여 우주를 관측하기 위해 제작되었고, 계속해서 우주의 곳곳을 담아오고 있습니다. 기존 망원경보다 더 멀리! 더 정확하게! 우주를 관측하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금 바로 우주의 배경지식부터 제임스 웹의 구성과 그 원리, 그리고 그 역할까지 낱낱이 파헤치러 가봅시다!
제임스 웹의 목표와 우주의 역사
오늘 독자 여러분의 밤하늘은 어떤가요? 많은 별이 반짝이지만 여전히 컴컴하지 않은가요? 밤하늘이 어두운 이유는 우주가 팽창하면서 별빛이 지구에 닿지 못했거나 적외선의 형태로 변했기 때문이에요. 제임스 웹은 별에서 온 적외선을 관측하여 우주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는데요. 제임스 웹이 알려주는 원시우주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우주 망원경과 적색편이
제임스 웹은 1990년에 발사된 허블 망원경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망원경입니다. 지상의 천체망원경을 우주로 보내어, 대기의 간섭을 받지 않는 우주망원경은 관측 파장에 따라 전파 망원경, 감마선 망원경 등으로 나뉩니다. 제임스 웹은 적외선 망원경으로 먼지에 가려져 있는 은하와 멀거나 오래된 천체를 발견하는 데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적외선을 이용하면 멀리 있거나 오래된 행성을 찾는 데 유리한데요. 그 이유는 바로 적색편이 때문입니다. 적색편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가지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오는 경우, 구급차가 가까워지면서 사이렌 소리가 더 높아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구급차가 멀어지면 소리가 낮아짐을 느낄 수 있죠. 이 현상을 수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 식에서 파동이 발생하는 파원과 관측자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 파장이 줄어들고 진동수가 작아지면서 소리가 낮아지는 것처럼 들립니다. 빛도 파동이기 때문에 우주가 팽창하면서 빛의 파장이 늘어나는 적색편이가 일어나는데요. 오래된 빛은 우주가 팽창하면서 이동하는 길이가 늘어났기 때문에 파장이 길어져 적외선으로 바뀌게 되는 거죠. 적외선을 관측함으로써 제임스 웹은 오래된 빛과 멀리 있는 별도 더 선명하게 관측할 수 있습니다.
반사망원경의 한 종류인 제임스 웹은 오목거울로 되어 있는 주경으로 빛을 모으고 부경이 이 빛을 반사해서 별을 관측할 수 있게 합니다. 제임스 웹을 유심히 보면 거울들이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존의 허블 망원경은 2.4m의 주경 하나를 사용하는 반면에 제임스 웹은 1.3m 거울 18개를 합친 주경을 사용하니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죠. 이렇게 거대한 거울로 인해 분해능과 집광력이 높아지게 됩니다.
분해능은 떨어져 있는 두 물체를 각각의 물체로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고, 집광력은 렌즈가 빛을 모으는 성능을 의미합니다. 이 둘은 모두 반사망원경의 지름이 커질수록 좋아지는데요. 제임스 웹은 허블보다 2.7배 정도 큰 거울 덕분에 집광력이 7.3배나 더 좋아져 훨씬 더 어두운 빛을 볼 수 있습니다.
제임스 웹의 미션
제임스 웹은 ‘최초의 별과 은하’, ‘별의 탄생과 죽음’, ‘은하의 진화 과정’, ‘외계행성의 대기와 생명체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큰 4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최초의 별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기 위해 우주의 역사를 알아봅시다. 우주는 플랑크 시대부터 시작합니다. 플랑크 시간이란 광자가 빛의 속도로 공간의 최소 단위인 플랑크 길이만큼 지나간 시간을 말하는데요. 플랑크 시대는 빅뱅으로부터 플랑크 시간 동안의 기간을 말합니다. 10-43초라는 플랑크 시간이 지난 후, 중력이 분리돼 대통일 시기가 시작되며, 비로소 우주는 급격히 팽창하게 됩니다.
플랑크 시간 동안 입자와 반입자가 생성되고 소멸하면서 에너지가 발생합니다. 이 에너지로 인해 양자가 요동치는 것을 양자 요동이라고 부르는데요. 팽창 전의 작은 우주는 양자 요동이 일어나도 공간이 작기 때문에 물질들이 거의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주의 크기가 커지면서 양자 요동으로 인한 비대칭이 물질의 분포에 큰 차이를 일으켰고 밀도가 높은 곳에서 중력에 의해 핵융합이 일어나면서 최초의 별이 만들어졌습니다.
관측한 별이 최초의 별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최초의 별은 신기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우주에서 철과 같이 무거운 금속 원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별이 소멸하면서 분출하는 거대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최초의 우주는 아무런 천체가 없었기 때문에 무거운 원소 없이 대부분 중성 수소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초의 별이 방출시킨 스펙트럼을 관측하면 금속 성분이 없습니다. 제임스 웹은 별이 주는 이러한 단서를 발견하여 별이 언제 태어났는지 알아내고, 최초의 별을 관측하기 위해 우주를 누비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은하로 떠나봅시다. 별이나 행성 같은 천체들을 포함하여 우주의 먼지나 암흑 물질 등이 뭉쳐져 있는 것을 은하라고 부릅니다. 은하의 탄생 원인에 대해서는 과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한데요. 그 중에서 가장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암흑 물질로 인한 은하 생성 이론입니다. 암흑 물질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잠시 태양계를 살펴봅시다.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에 따르면 태양과 가까울수록 중력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수성은 태양과 가장 가깝기 때문에 중력을 가장 강하게 받게 되고 구심력이 커져서 공전 속도가 가장 빠릅니다. 이처럼 거리에 따라 받는 힘의 크기가 달라져 태양계 행성들은 중심인 태양에서 벗어날수록 느린 공전 속도를 갖게 됩니다. 그런데 은하는 중심에서 멀어져도 회전 속도가 거의 줄어들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 이유를 우주 속의 보이지 않는 가상의 물질, 암흑물질 때문이라고 말하는데요. 이러한 암흑물질들이 모여 공 모양으로 만들어진 공간을 암흑 헤일로라 부르며 이곳의 중력이 우주의 먼지와 가스를 끌어당겨 은하를 만들어내었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탄생한 초기 우주의 은하는 이후 합쳐지거나 갈라지면서 진화를 겪게 되는데요.
이 시기의 초기 은하는 관측이 어렵습니다. 전자와 양성자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중성수소가 은하의 빛을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초기의 별이 자외선을 방출하면서 발생한 에너지가 수소 원자를 이온화시키는 재이온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희미하게나마 은하는 관측 가능한 상태가 됩니다. 하지만 재이온화 이후에도 여전히 초기 우주의 은하는 우주의 기체와 먼지에 빛이 막혀 흐릿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제임스 웹은 잘 보이지 않는 천체도 적외선을 관측해서 촬영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은하의 이미지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제임스 웹이 알려준 초기 은하를 현재의 은하들과 비교하여 은하의 진화과정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치 제임스 웹이 고고학자가 되어 우주를 발굴하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H-R도와 별의 일생
별은 어떻게 생성되고 소멸되는 걸까요? 그림5의 그래프는 별들을 스펙트럼과 광도에 따라 분류한 H-R도입니다. 이 그래프를 통해서 별의 생애를 알 수 있는데요. 수직축은 단위 시간당 방출되는 에너지의 양을 알려주는 물리량인 광도를 나타내고 수평축은 온도를 나타냅니다. 수평축의 오른쪽으로 갈수록 온도가 낮아짐을 의미합니다. 그래프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대각선에 있는 별은 주계열성이라고 부릅니다. 주계열성은 별 일생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시기이며 이 기간에 별은 수소 핵융합을 통해 헬륨을 만들게 됩니다. 에너지를 만들면서 중심부가 뜨거워지고 기체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중력으로 수축하는 힘과 평형상태를 이루고 있는데요. 이 힘들이 균형을 이루면서 별이 자신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주계열성의 위에는 광도가 높은 적색거성이 있습니다. 적색거성은 중심부에서 수소를 모두 헬륨으로 바꾸어 더 이상 핵융합이 어려워지면 중력과 대기압의 평형이 깨지면서 수축이 일어납니다. 이때 온도가 높아지면서 원래는 핵융합을 할 정도로 뜨겁지 않아 남아있던 껍질 부분의 수소가 연소되기 시작합니다. 이 에너지로 인해 광도가 높아지게 되는 것이죠. 별의 중심부에서 더 이상 기체를 잡아당길 힘이 남지 않아 수소로 된 껍질 부분이 날아가면 행성상 성운이 되고 중심부가 수축을 멈추게 되면 표의 왼쪽 아래에 위치한 백색왜성이 됩니다.
백색왜성은 왜 계속해서 수축하지 않을까요? 그 이유는 두 전자가 같은 양자상태를 가질 수 없음을 의미하는 파울리 배타원리 때문입니다! 전자는 스핀 업과 스핀 다운이라는 두 가지의 운동량을 갖는데요. 중력에 의해 전자들이 서로 가까워지면서 양자상태가 같아지는 전자들이 생기면 운동량을 변화시키게 됩니다. 이때 발생하는 압력을 전자 축퇴압이라고 부르며 이 힘과 중력이 평형을 이루며 백색왜성이 수축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별의 크기가 매우 커서 이 힘을 이겨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 경우에는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고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을 만들어냅니다. 중력에 의해 전자와 양성자가 결합하여 중성자가 되면 중성자별이 만들어지고 이보다 별의 질량이 더 무겁다면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우주의 별들이 죽고 새로운 천체를 만드는 과정이 흥미롭지 않나요?
포스테키안 구독자 여러분, 우주가 어떻게 별을 낳고 은하를 만들었는지 알고 본 오늘 밤하늘은 어떤가요? 평소에 보던 캄캄한 하늘과는 다르게 살아서 숨 쉬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요? 다음 장에서는 제임스 웹이 우리에게 어떤 방식으로 우주를 보여주는지 알아보기로 해요!
[참고자료]
1. 닐 디그래스 타이슨, 마이클 스트라우스, J. 리처드 고트, 이강환 옮김, 『웰컴 투 더 유니버스』, 바다출판사, 2019
2. 한국천문연구원, 『항성의 진화』, 2020.6.1.
https://astro.kasi.re.kr/learning/pageView/6373
3. 임상아, 「외계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을까?」, 『동아일보』, 2022.7.12.
https://original.donga.com/2022/jameswebb/question?m=5
글 / 무은재학부 22학번 28기 알리미 박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