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

2024학년도 입학식사

2024-02-16 2,535

올해 포스텍 학부와 대학원에 들어온 자랑스러운 포스테키안 여러분과 학부모님들을 환영합니다.

오랜 기간 공부를 하면서 여러분들은 다가올 대학 또는 대학원 생활에 대해 저마다 큰 꿈을 가지고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포스텍은 여러분의 그런 꿈을 실현하는 지식탐구의 도량(道場)이자 성장의 보금자리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지식습득 과정은 마치 물고기가 시냇물을 따라 헤엄치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저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도 모두 같은 방향으로, 오로지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앞만 보고 헤엄치기만 하면 되는 경주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 여러분들은 시냇물이 끝나는 지점에서 대학이라는 강물을 만났습니다. 시냇물에 비해 물의 흐름이 느려지고 폭이 넓어지는 강물에서는 물고기들의 헤엄치는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고등학교 때는 오로지 대학입시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앞으로만 달렸기 때문에 헤엄치는 속도만 중요했다면 이제부터는 방향도 중요해질 때입니다.

한편 이미 대학이라는 강의 상류를 지나 대학원이라는 강의 하류에 도달한 대학원 신입생 여러분은 저 앞에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거기서 살아 나가야 할 방향을 스스로 깨쳐야 할 때입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겪는 첫 사회생활이자 20년 가까이 또는 더 긴 시간을 보내는 이 교육이라고 불리는 물의 흐름이 끝나는 곳에는 사회라는 바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망망대해에서는 여러분의 등을 떠미는 어떤 물의 흐름도 없기 때문에 각자의 목표는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포스텍은 개교 이래 젊은이들이 바다로 나가기 전에 스스로 방향을 찾고 헤엄치는 훈련을 하는데 가장 좋은 강이 되어 왔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이 자리에 오기까지 각자 생각해 둔 전공과 대학 생활과 대학원 연구의 모델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이런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먼저 포스텍이 준비한 성찬을 하나하나 직접 경험하며 맛보기 바랍니다. 사회적 분위기와 남의 주장을 따라가기보다는 ‘나’라는 주체를 발견하고 존중하기 바랍니다. 고정관념과 편견을 벗고 스스로에게 ‘자유’라는 선물을 주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귀하게 기른 자녀들을 포스텍에 보내주신 학부모님과 가족 여러분께는 저희의 인재육성 방침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포스텍 총장실 앞 복도에는 아마도 김호길 초대총장님이 걸어두신 것으로 보이는 액자가 하나 있습니다. 그 액자에 있는 미국의 저명한 학자이자 하버드 총장을 역임한 Jame Bryant Conant의 말을 소개합니다.

“순수 과학의 발전을 이루기 위한 검증된 단 한 가지의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천재성 있는 인재를 찾아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그들이 스스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There is only one proved method of assisting the advancement of pure science – that of picking men of genius, backing them heavily, and leaving them to direct themselves.)” 포스텍이라는 강에서 바다를 향해 헤엄쳐 나가면서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통해 미래의 리더로 성장해 나갈 자녀들을 계속 격려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신입생 여러분을 다시 한번 환영하며 여러분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2024년 2월 16일
총장 김 성 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