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환경 감종훈 교수팀, 한반도 가뭄의 ‘250년’ 기록을 파헤치다
[감종훈 교수팀, ‘자가교정 유효가뭄지수(scEDI)’ 개발…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의 강수량 기록 총망라해 비교·분석]
[“가뭄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객관적으로 평가…향후 선제적 대응 기대”]
올해 극심한 가뭄과 폭염으로 많은 농민이 어려움을 겪었다. 사회·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일으키는 가뭄은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니다. 특히 벼농사 중심의 농업 사회였던 조선시대에는 가뭄이나 폭우에 더욱 민감해, 우리 선조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환경공학부 감종훈 교수·환경연구소 박창균 연구원 연구팀은 ‘자가교정 유효가뭄지수(scEDI, self-calibrating effective drought index)’를 개발,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약 250년에 달하는 강수량 기록을 비교·분석했다.
현재 가뭄의 강도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되는 유효가뭄지수(EDI)는 일별로 가뭄 상태를 측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최근 30년간의 일일 강수량 기록을 사용하기 때문에 설정 기간에 따라 지수의 값이 바뀐다는 한계가 있었다. 즉, 장기간의 값을 일관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자가교정 유효가뭄지수를 최초로 제안, 이 지수로 1777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 지역에서 관측된 일일 강수량을 분석했다. 시간 경과에 따른 지수 변동을 자동으로 보정하는 자가교정 유효가뭄지수를 사용하면 일관적으로 가뭄의 발생빈도와 강도를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장기간의 역사가 기록된 조선왕조실록과 측우기를 통한 일별 강수량 기록이 활용돼 눈길을 끈다. 유례없는 우리 선조들의 자세한 역사 기록의 가치를 입증한 것이다.
조선시대 기록과 현대 온라인 정보 검색 활동량 자료를 비교한 결과, 조선시대가 현대보다 가뭄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조선시대 기록과 현대의 가뭄에 대한 관심 급증은 각각 가뭄 강도가 중간 정도(-1.4 scEDI)와 심각한 정도(-2.0 scEDI)일 때 발견됐다.
이는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라 가뭄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변화한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는 결과다. 가뭄의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이 지수는 향후 사회적 가뭄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도구로써 활용이 기대된다.
감종훈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제안된 자가교정 유효가뭄지수는 각 시대 기후 맞춤형 가뭄 지수로, 통계적으로 일관성 있는 가뭄 특징(심도, 기간, 강도)을 탐지·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물리적인 기상학적, 농업적, 그리고 수문학적 가뭄과는 달리 지금까지 연구가 어려웠던 사회적 가뭄에 대한 새로운 연구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라며 “가뭄의 사회적 영향과 대응 패턴을 함께 이해함으로써 한국 대중 사회가 가뭄에 선제 대응할 수 있는 행동 방안들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하이드롤로지(Journal of Hydrology)’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세종과학펠로우십사업·중견연구 사업,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실측기반 가뭄영향평가 및 대응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