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소식
화학과 김초엽 학생 ‘소설 속 아이디어 원천은 실험실’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가작’ 2관왕 올라]
지난 9월,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 발표에서 심사위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SF’라고 극찬한 작품이 있다. 작품을 쓴 작가는 두 가지로 세상을 놀라게 했는데 첫째는 대상과 가작, 중복 수상작으로 선정 됐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문학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이공계 대학 POSTECH 학생이라는 점이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화학과 석사과정 김초엽 학생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에서 ‘관내분실’로 대상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수상했다. ‘관내분실’은 사람이 죽고 나서도 원한다면 언제든지 접속기를 통해 그 사람의 마인드를 생생하게 만난다는 마인드 라이브러리가 배경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우주정거장을 배경으로 했다. 소재가 이렇다 보니 뇌 과학이나 우주에 대한 연구를 하겠거니 흔히 생각하는데 화학 전공이라니 사람들의 예상을 또 한 번 보기 좋게 뒤집은 셈이다.
“화학과 반창일 교수님 연구실에서 황열 바이러스와 같은 열대 감염병 진단 센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10대 때부터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화학 물질에 호기심이 많아서 약을 바르면 약 성분을 하나하나 검색해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초엽 학생은 교지편집위원회 활동, 과학철학을 공부하는 ‘생각 모임 세미나’ 운영 등 다양한 대내외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전시켜 나가고 지적 호기심을 충족할 기회가 POSTECH에 있었다고 얘기한다.
“아이디어는 과학 잡지나 칼럼, 전공공부를 하다가 많이 얻는 편으로 아이디어를 모아뒀다가 서로 연결해서 발전시킨다”며 “우리 학교는 교수님이나 교직원들이 학생에게 관심이 많아서 평범한 학생의 조그마한 소질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많은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뛰어난 장점 중 하나라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POSTECH 선택에 후회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만, 입학을 결정짓기까진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글쓰기에 대한 관심 사이에서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종합대가 좀 더 많은 문학적 재능을 발전시킬 다양한 경험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는 김초엽 학생의 마음을 바꾼 것은 POSTECH 면접이라고 했다. “당시 면접관이 인문사회학부 김민정 교수님이었는데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POSTECH이 많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고 말씀하셔서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 입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10대 후반 고주파 영역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3급 청각장애가 찾아왔지만 절망하거나 주저앉지 않았다. 그녀는 이 장애가 인생의 걸림돌도, 극복해야 하는 장벽도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은 다만 글을 쓰고, 화학과에 재학 중인 평범한 학생이며, 거기에 알고 보면 장애도 있는 그런 사람이지 역경 극복의 주인공이 아니라고 담담히 말한다.
김초엽 학생은 풀‘초’ 잎‘엽’을 쓴 풀잎이란 이름을 가졌다. 풀잎은 강한 바람이 불면 정신없이 나부끼긴 하지만 뽑히거나 잎이 부러지지 않는다. 이름처럼 겉으론 여려 보이지만 부러지고 뽑히지 않는 단단한 속내를 지닌 풀잎 같은 사람이 김초엽 학생이 아닐까. 앞으로 소설을 쓸지 연구원이 될지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며 천천히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싶다던 김초엽 학생, 외유내강의 단단한 속내를 지닌 그녀이기에 무엇을 선택하든 다부지게 그 길을 걸어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