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차형준 교수팀, 말미잘서 고강도 실크섬유 제작 성공 (2011.11.8)
‘말미잘’에서 ‘실크’가 나온다?!
화려한 촉수를 뽐내며 바다의 ‘아네모네’로 불리는 말미잘을 이용, 국내 연구팀이 누에나 거미에서만 추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실크섬유를 제작하는데 세계최초로 성공했다.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최유성 박사(현 충남대 화학공학과 조교수)·양윤정 연구원팀은 최근 말미잘 단백질의 유전자를 재설계해 새로운 실크단백질을 미생물을 통하여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해 실크섬유를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누에는 물론 거미, 개미나 벌에서도 실크 단백질이 보고되기도 했지만, 해양생물을 통해 실제로 만들어진 실크섬유는 이 말미잘 유래 실크섬유가 처음이다.
연구팀은 유럽 및 미국연안에 서식하는 ‘스타렛 말미잘(Starlet Sea Anemone, Nematostella Vectensis)’이 가벼운 자극에도 팽창과 수축을 하며 이 때 길이가 최대 5~10배까지 차이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 실크와 유사한 성질의 단백질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 말미잘의 유전자 서열을 분석했다.
이 말미잘 단백질은 실제로 거미실크단백질의 한 종류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나, 연구팀은 대장균을 통해 말미잘의 단백질을 재조합, 말미잘의 특성을 그대로 모방한 실크단백질을 만들어내고 이를 섬유형태로도 성공적으로 가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말미잘 유래 실크단백질은 단순히 해양생명체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원천소재라는 점뿐만 아니라, 대량생산과 산업화를 시도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크단백질은 신축성이 뛰어나고 강도가 높아 단순히 섬유 뿐 아니라 분말이나 젤 등 다양한 형태로의 성형이 가능해 의공학은 물론 조직공학, 수술용 봉합사, 약물전달물질이나 화장품, 방탄소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누에에서 나오는 실크는 그 강도가 약해 산업용도로의 사용에 제약이 따르고, 거미의 실크는 강도는 뛰어나지만 거미의 서로 잡아먹는 특성 때문에 양식이 불가능한데다 그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재조합 단백질 역시 아직까지는 성공적으로 실용화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차형준 교수는 “실크단백질은 다양한 활용가능성 때문에 대량생산을 위해 많은 소재 관련 연구자들이 누에 외에 단백질을 추출할 수 있는 방법을 경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며 “다양한 생명체에서도 실크단백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되고는 있지만 큰 성공을 거두거나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산업화에 들어간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그간 실크 단백질 산업화의 걸림돌이었던 생산량을 높이는데도 성공했기 때문에 이 단백질의 강도 등의 물성을 더욱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며 “이 말미잘 외에도 국내 말미잘 종에서도 응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조사와 더불어 현재 다른 해양생명체들로부터 새로운 실크단백질 소재를 탐색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국내특허로 이미 출원되었고 현재 PCT(특허협력조약) 국제출원이 준비 중인 이 연구는 그간 국내 여러 학회에서 소개되며 학계의 주목을 모았다가 최근특허청이 주최하고 한국여성발명협회가 주관한 제9회 여성발명경진대회 과학부문 최우수상(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을 양윤정 연구원이 수상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한편, 이 연구는 국토해양부 해양생명공학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