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IAN Today
곽지영 동문(산업경영공학과 89학번, 現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인간과 인간이 사용하는 제품,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학문인 인간공학(Human Factors)은 그 적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인간공학은 산업공학의 한 분야로, 디자인, 심리학, 컴퓨터공학, 기계공학, 건축공학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고 있으며, 사람이 이용하는 모든 제품과 환경을 설계하는 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학문이다. 학창시절 처음 접한 인간공학에 매료되어 UX(User Experience)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POSTECHIAN이 있다.
곽지영 동문은 사람들이 쾌적하고 편안 환경에서 인간성을 지키며 생활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인간공학의 매력에 빠져 POSTECH 산업경영공학과에 입학했다. POSTECH에서 학부, 석사, 박사를 모두 마친 후, 미국 Virginia Tech과 삼성전자를 거쳐, 현재 모교인 POSTECH 산업경영공학과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세상을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줄 무언가를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휴머니스트 공학도 곽지영 동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안녕하세요, 교수님! 부임 하신지 얼마 안되셔서 바쁘실 텐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교수님 소개 부탁 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POSTECH 산업경영공학과에 89학번으로 입학하여 석사(93학번), 박사(95학번)와 1년간 박사후연구원을 했습니다. 그 후 저의 박사 지도교수님이셨던 한성호 교수님의 지도교수님인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의 권위자 Robert C. Williges 교수님께서 계시는 미국 Virginia Tech에 가게 되었습니다. Virginia Tech에 있을 때, 집중적으로 해외인력을 유치하고 있었던 삼성전자로부터 미국 현지 채용과 관련하여 인터뷰 요청을 받아 참석하게 되었고, 그 다음주에 바로 입사제의를 받았습니다. 당시 저는 여러 미국대학에 교수직을 지원했던 터라 망설였지만, 지도교수님으로부터 권유를 받고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Q 삼성전자에서 상무로 계시다가 올해 2월 1일 POSTECH 산업경영공학과에 교수로 부임하셨는데요. 학계로 돌아오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A 처음 삼성전자에 입사할 때는 회사에 오래 있으리라 생각을 못했는데, 경력으로 입사해서 13년정도 근무했고, 많은 분들의 도움과 좋은 기회 덕에 상무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 좌충우돌도 많았고, 크고 작은 실패와 성공을 통해 배운 점도 많습니다. 회사에서의 제 경험을 후배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학교로 돌아오게 된 Motivation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요즘 회사에서도 산학협력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서, 산학협력 교수로서의 제 역할이 필요할 거라 생각되었습니다. Q 학사, 석사, 박사, 박사후연구원까지 하신 모교인 POSTECH에 오랜만에 돌아오셨는데요. 소감 말씀 부탁 드립니다.
A 특강이나 졸업생 초청행사 등을 위해 졸업 후에도 1년에 한두번은 POSTECH에 돌아 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잠깐씩이었지만 예전기억들이 나면서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친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졸업생들이 그러시겠지만 졸업한 후에 되려 애교심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POSTECH과 같이 소수정예의 작지만 강한 대학의 경우 더욱 그러한 것 같습니다. 아직 학생들과 만날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요즘 학생들은 아이돌스타처럼 멋있고, 어려 보이지만 열심히 자기 일을 하고 있는 모습에서 활기찬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학생일 때 작았던 나무들이 이제는 거목이 된 모습을 보며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Q POSTECH에 재학하셨을 때 들으신 강의 중 삼성전자나 산업계에 계실 때 특별히 도움이 된 강의가 있었나요?
A 저의 경우는 특정 강의보다는 POSTECH에서의 모든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POSTECH에서의 경험을 통해 문제에 대한 융복합적 접근법을 어렸을 때부터 체득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여러 학문이 어우러져 하나의 output을 내야 하기 때문에 POSTECH에서의 경험이 융복합형 사고를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또한, 대학원생시절 실제 기업 협력 과제와 다양한 팀프로젝트들을 리드해본 경험 덕에 회사에 입사했을 때 두려움 없이 과제 리더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말씀하신 융복합형 인재가 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 능력 인데요. 학생들이 정규과정 外에서 이런 능력을 습득하실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A 팀과 함께 일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됩니다. 내가 잘하는 것과 타인이 잘하는 것이 있고, 나 혼자 잘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작은 과제라고 할지라도 다른 사람들과 맞춰 일하는 팀워크를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의 카카오톡 프로필은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입니다. 혼자 가면 빠를지는 몰라도 멀리 갈 수는 없거든요. 이렇게 말씀 드리고 있지만 이 부분이 저에게 있어서도 아직 많이 어렵습니다. Q 다른 인터뷰에서 학창시절 소아과의사가 꿈이셨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공학도로 꿈을 변경하게 되신 이유가 있으신지요?
A 제가 어렸을 때 막내동생이 자주 아팠는데요. 그런 동생을 보면서 소아과의사가 되어 돌봐주고 싶었습니다. 아마 이때부터 남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 휴머니스트 기질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TV 프로그램에서 사람들이 하기 힘든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고 있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걸 보고 저런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하는 것도 멋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사람들이 인간성을 지킬 수 있고, 사람답게 살수 있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일에 가장 근접한 분야를 찾던 중에, 고3 담임선생님의 소개로 POSTECH 산업경영공학과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당시 POSTECH에서 실시한 우수 고교생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대학을 방문한 것이 입학을 결심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교수님처럼 공학도의 길을 걷고 있는 후배 POSTECHIAN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 누군가의 영광 뒤에는 그 사람이 실패와 좌절을 이겨낸 역사가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했으면 합니다. 힘들 때일수록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훌륭한데 나는 왜 이럴까?’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지금 나의 힘든 과정과 상대방의 결과만 놓고 보면 자존감이 무너지기 쉽습니다. 성공의 뒤에는 아무도 모르는 힘든 과정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다양한 시도를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어렵다는 이야기만 듣고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스스로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잖아요? 뼛속까지 열정을 가진 POSTECHIAN 후배님들 파이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