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
개교 37주년 기념사
먼저, 우리 모든 대학식구들과 함께 개교 37주년을 축하합니다.
가벼운 얘기로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포스텍에 온 첫 주말 혼자 효자동 나들이를 한 적이 있습니다. 식당과 마트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얘기하다가 “공대”라는 단어를 접했는데 처음에는 그게 뭔지 몰랐다가 포항공대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고유명사를 보통명사처럼 부르는 것은 역사나 명성에 대한 자부심이나 지역사회의 애정이 담긴 것이라고 봅니다. 심지어 고속도로 IC도 공식명칭이 “공대 IC”인 것을 보니 그만큼 포스텍은 이 지역의 자부심이고 포스텍 역시 포항에 대해 무한한 애정과 긍지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포스텍은 누구의 것일까요?
최근 정부의 글로컬대학 사업에 선정된 것을 기점으로 하여 한걸음 더 나아가 제 2의 건학을 기치로 내건 “POSTECH2.0”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도 포스텍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는 늘 있어 왔던 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9년 전 포항공대신문의 어느 사설은 제 2의 개교를 촉구하며 이렇게 시작합니다: “포항공과대학교는 선조들의 피의 대가인 대일청구권 자금을 바탕으로 일궈낸 민족기업 포스코가 국가와 미래를 위하여 설립한 대학이며, 포항공과대학교의 진정한 주인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렇습니다. 포스텍은 국민의 것입니다. 우리의 모든 임무는 여기서 출발합니다.
포스텍이 침체한다면 그것은 지역에 소재한 한 사립대가 침체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한 부분이 침체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온 힘을 다해 학교를 들어올려야 합니다. POSTECH 2.0은 어려운 개념이 아닙니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우리 선배들이 대학을 세웠던 열정의 일부만이라도 흉내내어 학교를 다시 들어올리자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POSTECH 2.0이 KOREA 2.0의 원동력을 제공하자는 것입니다. 저의 모든 비전은 여기서 출발합니다.
앞에 언급한 사설은 이렇게 끝납니다: “만약 제2의 개교 준비를 철저하게 하지 못해 우리대학의 경쟁력이 상실된다면, 국민들은 현재의 우리대학 지도자인 재단, 총장 및 본부보직자들뿐만 아니라 교수들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그렇습니다. 제 2 건학의 책임은 저와 여러분 모두에게 있습니다.
불세출의 농구선수 Kareem Abdul-Jabbar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사람이 팀의 핵심요소일 수는 있지만 한 사람으로 팀을 만들 수는 없다 (One man can be a crucial ingredient on a team, but one man cannot make a team).” 오늘 개교기념일을 맞아 포스텍이라는 거대한 농구팀의 일원인 여러분 모두에게 POSTECH 2.0의 주인임을 상기시켜 드리며 동시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포스텍 가족 여러분!
여러분이 졸업하거나 정년을 맞은 후 한참 뒤 포스텍에 돌아와서 캠퍼스를 돌아보며 그때의 헌신과 열정이 과연 진정으로 가치와 보람이 있었다는 흐뭇한 회상을 하는 미래를 그려보며 오늘을 맞으시기 바랍니다. 우리 앞에 펼쳐질 멋진 미래의 대학을 그리며 우리 모두 서로에게 축하와 감사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3. 12. 01
총장 김 성 근